넥 포켓을 가공했으면 너무나도 중요한 센터라인 매칭을 해야 한다. 사실 넥 포켓 가공전에도 몇 번이나 확인하고 가공할 정도로 너무나 중요하다. 1학년 때 담임선생님은 '센터가 맞지 않는 기타는 악기가 아니다'라고 말씀하실 정도.
기타의 넥 센터에 대해서 다룬 글을 쓴 적 있음으로 참고하면 좋을 것이다.
https://gjs0509.tistory.com/12
또 사진 한 장을 넘겼을 뿐인데 외선의 라운드 가공과 컨투어 가공이 모두 끝나 있다. 외선의 라운드 크기는 8R이며 하이 프렛 접근성을 위한 컨투어는 빵냅퍼 사진을 열심히 확대하고 돌려본 끝에 내린 결론이다. 아마 다른 크기의 반지름을 가진 원 두 개가 다른 각도로 합쳐진 느낌이랄까, 평면이 아니라 입체적으로 합쳐져 있다.
열심히 깎아 놓고 하는 말이지만, 이 컨투어가 그렇게 큰 편리함을 주는지는 모르겠다. 내가 기타를 잘못 쳐서 그럴 수도 있는데 보통 하이 프렛을 연주할 때 저 부분에 엄지를 올려놓나 싶다.
뿔 쪽에 나 있는 컨투어는 머리속에 3차원적으로 상상하면서 손으로 작업했다. 마찬가지로 저 컨투어가 큰 도움을 주는지에 대해서는 딱히 체감하지 못했다.
화질구지인 것을 보니 아이폰으로 급하게 찍었음을 알 수 있다. 2포인트 플로팅 브릿지 때문에 브릿지를 고정해주는 앵커가 고정될 구멍과 브릿지 블록이 지날 구멍을 내주었다.
작업하다 저런 얼굴 같이 생긴 구멍을 보면 혼자서 실실 쪼개다 옆에서 같이 작업하는 한국인 동기가 '갑자기 왜 웃어'라고 물어보면 내가 언제 웃었냐고 정색하곤 한다. 저 구멍은 메이플스토리에 나오는 몬스터 예티를 닮지 않았는가?
픽업이 장착될 캐비티를 가공한 모습이다. 언제 어느 날 지금 장착된 픽업에 질릴지 모르고 어떤 취향으로 마개조를 진행할지 모르기에, 험-험-험-험 까지 대응이 가능한 속칭 도시락통 형태의 캐비티다. 가운데 싱글 코일 픽업에 더미 픽업을 장착할 예정이기 때문에 넓은 캐비티가 필요했다.
더미 픽업은, 지급받았지만 장착할 픽업을 전부 사 와버려서 사용할 일이 없어진 학교 지급 픽업의 폴피스를 모두 빼내어 사용했다. 쓸모가 없어진 폴 피스용 자석은 어떤 이유인지 선생님이 달라고 하셔서 드렸다.
코일이 감기는 방향을 알 수 없어서 고민하다가 일마갤에 물어봤더니 친절하게도 확인하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포트가 들어갈 캐비티도 모두 파내었다. 좀 더 크게 파놓았으면 좋았을걸 하는 생각이 있지만 뭐 어쩌겠는가 학교에 비치된 템플릿으로 캐비티를 그렸더니 아예 위치가 맞질 않아서 급조해서 만든 지그로 가공한 캐비티이니 어쩔 수 없다.
그리고 사이사이(사일런트 사이렌 아님) 비는 시간마다 픽가드를 만들었다.
픽가드 제작의 경우, 역시 얄짤없이 수제작이다. 프라모델로 다져졌다고 자만했던 나의 인내심은 픽가드를 제작할 때마다 산산조각나고는 한다. 픽가드 마운트가 취향이라 픽가드를 자주 만드는데 동기들은 픽가드 만드는 것이 귀찮아 다이렉트 마운트나 픽업링 마운트를 선택하는 빈도가 높다.
하지만 학교 템플릿을 기반으로 만든 픽가드 인지라 또 문제가 발생한다. 브릿지까지 내려와야 할 픽가드가 짧아서 사이에 유격이 발생했는데, 다시 만드는 것도 힘들고 아크릴 미러 재료도 다 떨어져서 타협하기로 했다. 픽가드야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다시 만들 수 있는 것이니까 그렇게 문제 될 것도 아니지만 말이다.
픽가드에서 넥 포켓 부근은 실제로 장착해서 넥 포켓의 형태와 동일하게 공작기계로 가공한다.
빵냅퍼 esp와 염가판 빵냅퍼의 차이가 여럿 있지만 그중에 하나로, 픽가드의 반사율이 있다. 빵냅퍼(속칭 찐냅퍼)의 경우 완전 거울이라기보다는 뿌였게 안개 끼어 있는 느낌이다. 그에 비해 염가판은 진짜 거울처럼 전부 비치기 때문에 이를 맞추기 위해서 일정한 흠집을 내서 반사율을 줄였다. 실제 행동으로 옮기기 전에 픽가드 제작 중 생긴 파제로 샘플을 만들고 있는 모습이다.
바디로 돌아와서 뒤쪽 스프링 캐비티와 아밍 시 브릿지 블록이 움직일 여유 공간을 가공해주면 바디 가공은 완료가 된다. 중간에 뚫어야 할 구멍들이나 자잘한 것들은 전부 사진이 없어 스킵되었지만 어쩔 수 없다. 이것으로 바디 가공은 완료가 된다.
도장 작업 시 사용할 손잡이까지 만들어 장착해 주면 도장 준비는 모두 끝이 났다. 이제 남아있는 작업들은 얼마나 성실하게 작업에 임하는지 그 태도가 결과물로 직결되는데. 내게 가장 부족한 부분이기도 하다. 맨날 성실하게 하자고 마음을 먹어도 진짜 성실하게 하는 것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기타를 만들다 보면 맨날 자기반성이 이뤄지고 그게 좀 심하면 자기 책망이 되는데 나처럼 실력은 아직이면서 높은 이상과 기대 그리고 어려운 구조를 가진 기타를 만들려고 하다 보면 기대가 높은 만큼 실패했을 때의 좌절감은 더욱 커진다.
마음이 꺾이려 할 때마다 먼저 선구자로서 갖은 경험을 해왔던 선배 빌더들의 말을 새겨보며 마음을 추스르곤 한다.
"A course to learn techniques can be useful but there is no substitute for trial and error in making. Perseverance and a love also help"
기술을 배우는 코스(과정)는 유용할 수 있지만 시행 착오를 대신할 수는 없다. 인내와 사랑 또한 기타 제작에 도움이 된다.
"Don’t be afraid; you’re going to make mistakes for years. I make mistakes every day. So don’t be afraid if your guitar isn’t what you want it to be. I screwed up a lot of stuff when I was younger so now I don’t have to."
실패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 너는 앞으로 몇 년 동안이나 실수할 것이다. 나는 매일 실수를 한다. 그러니 당신이 만드는 기타가 실패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 나는 젊었을 때 많은 실패를 해왔기 때문에 이제는 실패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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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https://gjs0509.tistory.com/16?category=863442
1편
https://gjs0509.tistory.com/17
2편
https://gjs0509.tistory.com/18
3편
https://gjs0509.tistory.com/20
5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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